역사는 과거의 연대기, 인류가 살아온 흔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역사는 지나온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면 수많은 역사가들의 눈을 통해 이해한 것에 역사학자의 사상과 시대적 문화 조류가 희석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은 수집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사실들도 있다.
역사는 그래서 객관적이지 않다. 역사를 연구하고 사실을 수집하는 이들의 추론에서 시작하고 재구성하여 가장 순도 높은 사실에 접근하거나 사실을 완벽하게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사건에서의 당사자도, 목격자도, 증인도 서로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과 인식을 가지고 있고 사건의 당사자의 의도와 본질을 들여다 보기는 힘들 수 밖에 없다.
객관화 되지 않은 역사는 어느 한 역사가의 눈을 의지해서도 안되며 편향된 사상으로 해석되어도 안된다. 역사는 사실과 추론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고 입체적인 재검토와 사료의 분석을 통해 사실을 발견하는 노력을 해야하며 그 중요성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살아갈 우리에게 교훈과 통찰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의 기반으로 수집된 것들을 현재시점에서 해석하고 재조명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수집되지 않고 지나쳐온 일상을 살아낸 사람들의 사소함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잊혀진 사실, 기록되지 않은 수없이 많은 개인의 역사들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더 큰 의미로 이어져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한땀 한땀 이어져 온 우리의 삶이다. 삶이 삶으로 이어진다. 여러세대를 걸친 여러나라에서 축적된 에너지가 지금 우리를 살게하는 것이다.
역사를 돌아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역사를 돌아보고 비판한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끌려 어둠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역사는 지나간 일이 아니고 현재다. 역사와 끊임 없이 소통하지 않고 모른채 한다면 어두운 과거를 끊임 없이 윤회할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온 삶을 기록한 것이 역사라면 사람들이 살아온 삶을 살아내면서 형성된 생활방식, 가치, 신념, 예술 및 기타 표현된 형태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문화는 전쟁, 이민, 정치적 변화, 911테러, 세월호 사 또는 대공황 처럼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동안 삶의 방식, 예술, 문학 등에 큰 영향을 줌으로써 변화하고 확장되었다. 그러한 변화 가운데 역사는 각 문화의 관점과 가치를 반영하여 역사적 사건들을 해석하고 기록하였다.
문화의 사전적 의미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 표준국어대사전" 라고 되어 있다.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언어, 관념, 신앙, 관습, 규범, 제도, 학문, 기술, 예술, 의례 등이 있다. 즉 상징적 사고와 인간의 고유 능력을 통해 만들어 낸 생활양식의 모든 것이다.
문화라는 용어는 라틴어의 'cultura' 에서 파생된 'culture'를 번여한 말로 본래 뜻은 '경작' 이나 '재배' 였는데 나중에 교양, 예술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반대말은 'natura', 경작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자연(nature)'의 어원이다.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인류는 문화를 소유한다.
문화의 주요 구성 요소는 언어, 예술과 문학, 종교와 신념체계, 관습과 전통, 사회적 규범과 법률, 기술과 도구 등이 있다.
언어는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화적 그룹을 식별하고, 그 그룹의 일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 언어를 통해 사회적 규범화 가치를 전달하고, 규범에 따른 행동을 규제하는 수단이되기도 한다. 또한 문화적 전통, 신화, 민담 등이 구전되며, 세대 간 지식의 전달에 필수적이며 문화적 유산을 보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흥부와 놀부'와 같은 구전설화와 전설은 인간의 도덕성과 정의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으며 의례와 노래, 전통 요리법, 언어를 사용하고 가르치는 것 자체가 그 문화를 전승하는 방법이다. 위키백과의 소멸 위기에 있는 언어를 검색해 보면 일본의 아니누어 5명, 중국의 만주어 10명, 동남아시아 쿠순다어 1명 등이 눈에 띈다. 언어의 소멸은 문화의 한 편이 영원히 없어 지는 것이다.
각 문화는 독특한 예술적 및 문화적 표현과 상징체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 가치, 신념, 역사, 정체성 등을 다양한 형태로 전달한다. 좀 더 세분화 하면 시각예술, 공연예술, 문학, 건축 등이 있다.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예술 등 시각예술은 시각적 매체를 통해 문화적 아이디어와 감정을 표현한다. 중세시대를 넘어 르네상스시대의 회화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눈을 돌려 종교적 주체와 결합하여 큰 물결을 일으켰다. 시각 예술은 각 시대의 문화의 아름다움, 종교, 사회와 정치적 이슈를 다루며 사상체계에 큰 영향을 준다.
공연예술은 음악, 무용, 연극, 오페라 등을 들 수 있으며 시각예술에서 볼 수 없는 생동감 있는 표현과 관객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행사나 의식, 축제 등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 공연예술은 판소리, 국악, 탈춤, 무용(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등) 이 있고 현대로 넘어오면 다양한 세계 문화조류의 영향을 받은 연극, 뮤지컬, 현대무용, 버스킹 등이 있을 수 있다.
소설, 시, 희곡 등 문학 작품은 문화적 경험과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하고, 개인과 사회 그리고 정치 등의 갈등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수단이다. 한 시대의 문화적, 도덕적 가치를 반영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며 그 시대의 사회적 배경과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문학을 통한 역사적 기록은 주요사건과 인물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하고 각색하여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후대의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깊은 내면의 감정과 심리를 깊이 있고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에 접근하게 하기도 하며, 사회적 비판을 담아 때로는 사회변화와 사상의 변화를 이끌어 현실을 변화시키기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건축은 문화적 가치와 신념을 공간에 채워나간다. 건축물은 그 지역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를 사용하였고 스타일과 구조는 그 지경의 기후, 사용 가능한 자원, 기술 수준, 종교적 또는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한옥은 흙과 소나무를 활용하여 사계절을 자연과 조화롭게 누릴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산업 혁명과 같은 기술적 변화는 철과 유리의 사용이 늘어났고 고층 건물로 발전하였다. 건축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채워 나가는 의미를 넘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소통하게 하며 공동체로 이끌었으며 문화, 기술, 예술, 사회적 가치가 결합된 복합적적인 표현 수단이다.
종교와 신념체계는 문화적 구성요소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종교적 가르침과 신념은 선과악, 정의와 불의에 대한 도덕적 가치에 영향을 주고 심리적 불안과 고난에 대한 의미를 깊이있게 성찰하여 죽음, 질병, 재난과 같은 어려운 사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유교 등과 같은 사회적 공동의 신념을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하고 종교적 행사와 의식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높이는 역할을 해 왔다. 종교적 규범과 법은 개인의 행동을 규제하고 사회적 통제 수단으로 작용하여 정치적인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종교적 이야기는 많은 예술 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기독교의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성모 마리아, 십자가 등은 중요한 주제로 쓰여졌으며 회화, 조각, 스테인글라스 등 다양한 예술의 형태를 낳았다. 예술의 스타일과 기법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중세 유럽의 종료예술에서 보이는 비잔틴 스타일, 르네상스의 인체묘사의 기법의 발전은 종교적 주제에 깊이를 더했다. 교회, 사원, 모스크 등은 건축적 혁신을 불러왔고 교회건축의 아치와 첨탑의 사용 등을 들 수 있다.
중세시대의 수도원의 서적 필사, 장식을 통한 그림 기술 등은 후대의 예술 교육과 기법을 전수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참고:필사본 제작과정>
수도원 필경실인 스크리토리움(scriptorium)에서 스크리토리(scritori)가 책의 내용과 전체 레이아웃 스케치를 구성하고 그 설계에 따라 필경 수도사들이 정서한 필체로 필사(글을 베끼는 일), 필사한 페이지는 장식적인 두문자를 그리는 채식가(彩飾家)와 그림으로 다당하는 삽화가의 손을 거쳐 완성했다. 기록에 따르면 글과 그림을 연핑로 먼저 그리고 잉크를 사용하여 선화작업을 한 후 금박과 색채를 입혔다고 한다. 채식가는 장식 문양에 금이나 은의 박막을 붙이거나 금분을 칠했다.( https://dadoc.or.kr/1730)
그레고리오 성가는 중세 수도원에서 발전한 종교음악이다. 서양 음악의 기초 중 하나로 여겨지며 수도원에서는 이러한 성가를 발전시키고 보급하는데 중점적인 역할을 하였다.
<참고:그레고리오 성가>
64대 교황인 성 그레고리오(Gregorius Magnus, 540?~604)의 업적에 따라 그의 이름에서 유래.
초기 그리스도교 성가에는 지역별로 로마 성가를 비롯해 갈리아(프랑스와 라인강 서부) 성가, 모자라빅(스페인) 성가, 고대 베네벤토(이탈리아 남부) 성가, 켈트(북서부 유럽) 성가 등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그레고리오 대교황은 이러한 성가들 가운데 ‘로마 성가’와 ‘갈리아 성가’를 중심으로 나머지를 합하고 전례력에 따라 정리해 「안티포나리움」(응답송, 후렴을 모은 성가라는 뜻)을 편찬했습니다. (http://NIE-신문으로 크는 신앙] 천상의 소리...그레고리오 성가)
관습과 전통은 문화를 이루는 핵심 구성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 사회 구성원들이 살아 가는 생활방식과 행동양식에 대한 규범을 제공하고 관습과 전통은 세대간을 연결하고 유대를 강화하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관습은 최소 단위의 가족에서 국가에 이르는 사회에서 서로 공유하고 이어져 내려오는 일반적인 행동 규범을 말한다. 사회의 관습에 개인의 행동을 조절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질서를 유지한다. 전통은 종종 특정 행사난 축제 등과 관련이 있으며, 사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과 역사적 사건, 계절의 변화에 따른 절기를 기념하기도 한다. 전통은 의복에서 부터 놀이, 음식, 장신구, 명절, 전통주 등 대중에게 오래도록 인식되어 내려져 오는 것이지만 한국 뿐만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는 활발한 문화적 교류와 인터넷 등 통신의 발달로 전통문화의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
사회적 규범과 법률은 개인과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행동을 규정하고 안전을 보장한다. 법률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서면으로 된 규칙으로 경찰과 사법체계와 같이 지정된 권한에 의해 시행되고, 위반할 경우 사회적 격리 등 벌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사회 안에서 최소한의 질서를 보호하고 개인의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사회적 규범은 명문화 되어 있지 않으며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비공식적 규칙이다. 다양한 문화에서 볼 수 있는 인사예절, 복장규범, 식사예절 등을 말하며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문화적 교류가 사회적 규범을 변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문화적 구성요소 중 기술과 도구는 가장 변화를 주도하고 인류의 삶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예술과 건설, 통신, 교통 등 인간의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며 현대의 AI 의 발전은 창작의 한계와 개념을 크게 바꾸고 있다. 기술과 도구가 문화적 구성요소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
먼저 예술적 기법은 세대를 거쳐 전달되어 문화적 표현과 보존의 한 형태로 사용된다. 중국의 문명, 문화 전반에서 사용되는 복잡한 붓 기법이나 르네상스 미술에 사용되는 원근법은 각각 그 시대의 문화적 가치와 기술적 이해를 반영한다. 도구의 발전은 요리도구 및 기술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한국 요리에 보편화된 발효 기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건축 기술은 물리적 풍경을 형성하고 기후 등 환경에 적응하도록 기술이 반영되고 발전하였다. 인쇄기의 발명 부터 최근의 인터넷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의사소통의 도구는 문화의 전파와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정보 공유 방식의 범위를 확장하고 사회적 관계, 교육 및 법률등에 영향을 미쳤고 인터넷, 소셜 미디어, 스마트 폰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는 세계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혁명이라고 할 수 있으며 더블어 AI의 등장과 획기적인 LLM 기술 등은 앞으로 어떤 문화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가져올지 기대된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한 생존과 직결되는 것은 농업인데 특히 도구에 의존적이며 트랙터에서 유전 공학과 같은 현대적 도구는 농업의 형태와 생산성을 크게 변혁했다.
지금까지 역사, 문화 그리고 문화의 구성요소 등을 개략적으로 살펴 보았다. 급변하는 인류의 지성은 더욱 세계화되며 동시에 초개인화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인류가 쌓아온 발자취를 돌아봄으로써 인간, 사회, 철학과 과학, 종교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상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좋을 듯 하다.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또 그 끝은 어디인지..